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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카메라를 든 사나이", 어두운 러시아 도시의 활기찬 일상

by 에프앤스토리 2024. 3. 8.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어깨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맨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러시아 도시의 활기찬 일상을 그려낸 독특한 영화인데요. 오늘은 다큐멘터리 영화 카레라를 든 사나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카레라를 든 사나이 포스터

 

 

감독 지가 베르토프는 어떤 인물인가

 

'영화의 혁명가'로도 불리는 지가 베르토프의 본명은 다비트 아벨레비치 카우프만으로 폴란드에서 태어났으나, 미래주의 회화에 빠지면서 ‘지가 베르토프’라는 가명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1918년부터 모스크바 영화 위원회에서 선전 뉴스 영화의 편집을 담당하며 영화계에 몸을 담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소련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해, 그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 사용된 필름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햇습니다. 거기서 베르토프는 굳이 선형적인 서사에 상관없이 서로 아무 관계없는 필름 조각들을 이어 붙여도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영화이론의 핵심은 ‘포착된 삶’이었습니다. 그는 선형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를 거부하고, 영화는 사실을 담아야하며, 인간의 눈보다 우위에 있는 카메라 렌즈가 이 세상을 총체적이고 과학적으로 파악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언어가 아닌 순수한 시각 이미지만으로도 자신의 사상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패스트 모션, 슬로우 모션, 핸드헬드, 몽타주 등 현대 영화의 대부분의 기법들이 총출동하는 혁신적인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영화 기법에서만의 혁신이 아니라 그는 이 영화로 영화와 현실, 그리고 영화와 인간 지각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담론에 대중들을 참여시켰습니다. 허나 이 베르토프 역시도 스탈린의 탄압을 면치 못했는데요. 카우프만이라는 본명에서 보듯이 그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여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는 달리 총살이나 노동교화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베르토프는 모든 직위를 박탈당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선 후방에서의 소련 인민들의 투쟁을 담은 기록영화를 몇 편 제작했지만 그게 전부였고, 이후 그는 관습적인 뉴스영화의 편집일과 같은 소일거리나 하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지가 베르토프 감독 사진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 줄거리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위아래로 나뉜 화면 속에는 아래쪽에는 카메라가 놓여 있고, 위쪽으로는 카메라를 든 신사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곧이어, 빈 극장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영사기사가 영사기를 점검하고, 관객이 극장에 차차 들어오면서 이윽고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고 영사기에 빛이 비춰집니다.

 

처음에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도시의 풍경이 그려지고, 길게 늘어진 숏의 길이로 자고 있는 사람들과 한적한 도시의 풍경, 아직 작동되지 않는 공장의 기계들이 비춰집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든 신사가 나타나며 도시는 서서히 활기를 찾기 시작합니다. 새들이 날아들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차가 도시로 향합니다. 이때부터는 숏의 길이가 짧아지고 영화는 활기를 띄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준비를 하고 공장의 문이 열리며 전차가 움직입니다. 거리는 어느새 사람으로 붐비게 됩니다.

 

한낮이 되자 영화는 다이내믹한 리듬으로 도시의 바쁜 일상을 담기 시작하고, 카메라를 든 신사는 도시를 누비며 사람들을 찍기 시작합니다.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을 보여주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여러 번 반복하여 보여줍니다. 또한, 병원, 소방서, 미장원, 담배 공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노동의 풍경과 함께 물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담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고속촬영을 통해 얻어낸 슬로모션 기법과 이중인화,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운동하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영화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선보입니다. 이러한 다채로운 요소들이 모여 리듬감 있고 역동적인 몽타주가 전개되며 영화는 다시 극장으로 돌아가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리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영화는 종료됩니다.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보고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혁신적인 촬영 기법과 비문학적 구성을 통해 당시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영화는 대화나 내레이션 없이 시각적 요소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작품은 주인공이 도시의 다양한 장면과 인물들을 촬영하는 과정을 그리며, 거리에서의 생활, 교통, 공장의 작업 과정 등을 포착합니다. 가장 큰 매력은 당시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탐구입니다. 카메라와 편집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시도하고,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합니다.

 

또한, 영화의 리듬과 음악, 소리 효과도 실험적이고 현대적입니다. 작품은 순수한 시네마토그라피의 예술로, 단순한 플롯이나 캐릭터 중심이 아닙니다. 영화는 시각적 요소와 시간의 흐름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과 영감을 전달합니다.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현재에도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이 작품은 당시에는 혁신적이지 않다고 여겨졌지만, 시간이 흘러 현대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시네마토그라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현대의 영화제작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상영을 준비하는 영화관과 객석에 앉은 관객들, 그리고 연주를 시작하는 오케스트라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그 후, 정적인 도시의 풍경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전환되고, 일상 생활의 장면들이 연속되어 보여집니다. 빠르고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장면 속에서, 시민들의 삶과 감독의 활동이 서로 교차하며 보여집니다. 이런 과정에서 일상이 예술로 거듭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종종 주인공의 관점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촬영기술의 진보와 상상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감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통해 일상의 보편적 언어를 탐구합니다. 작품은 당시와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며,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합니다.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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